※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 20세기 소녀의 줄거리
주인공 나보라는 절친인 김연두가 심장수술을 받으러 미국에 가는 동안 그녀의 짝사랑 남학생을 관찰해 주기로 합니다. 그의 이름은 '백현진'이고 같은 학교 동급생입니다. 백현진의 취향, 키, 발사이즈 등의 정보를 획득하여 연두에게 메일로 공유합니다. 보라는 현진이 가입하려고 하는 방송반에 시험을 봤다가 덜컥 붙어 버리고, 정작 현진을 기권을 선언합니다. 현진의 절친인 풍운호와 같은 방송반이 된 보라는 현진의 정보를 캐기 위해 운호를 이용합니다.
어느 날 일진과 시비가 붙은 현진을 보라가 구해주면서 현진은 보라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보라의 사정을 모르는 현진은 보라가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알고 대시하지만, 보라는 이를 거절합니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운호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보라. 운호와 보라는 같이 시간을 보내며 친밀감을 쌓아가게 되고 수학여행에서 과음을 한 보라가 운호에게 '이쁘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해 버립니다. 그렇게 둘은 좋아하는 사이가 되는데, 때 마침 연두가 수술을 마치고 미국에서 돌아옵니다.
보라가 연두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운호에 대해서 고백하려는 찰나, 연두는 사진 속 운호를 가리키며 이 사람이 자신의 짝사랑남 현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니 연두가 운호를 마주쳤을 때, 운호가 현진의 교복을 빌려 입고 있어 연두가 이름을 착각한 것이었습니다. 우정을 차마 잃을 수 없는 보라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운호와 연두를 응원해 줍니다. 그리고 보라는 운호를 멀리하기 시작합니다.
운호는 다시 뉴질랜드로 가기로 결정되고 보라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보라는 이에 개의치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운호는 이를 서운해합니다. 연두와 운호, 보라와 현진은 서울랜드로 커플 데이트를 가고, 운호는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보라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이 사이 연두는 보라와 운호가 서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보라에게 사실이 맞냐고 다그칩니다. 보라는 연두를 잃을 수 없었기에 내린 판단이라고 말하지만, 연두는 오히려 자신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서운한 마음을 내비칩니다.
연두는 운호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운호가 떠나는 날 보라는 운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전합니다. 서로 떨어져 있지만 계속 연락하자는 약속을 하고 운호는 뉴질랜드로 떠납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라는 대학에 입학하고 어느 순간부터 운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보라는 이런 운호를 원망하며 가슴속에 넣고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운호가 빌려간 보라의 비디오 테이브와 전시회 초대장이 보라에게 배달되고, 이 전시회에서 보라는 운호가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속사정을 알게 됩니다. 운호의 동생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보라는 집에 와서 운호가 빌려간 비디오테이프를 열어 안을 봅니다. 그 안에는 운호가 그동안 편집한 영상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보라가 운호의 영상을 보며 옛 기억을 추억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2. 이 영화의 배경과 디테일
90년대 후반 학창 시절을 보냈던 세대라면, 공감할 만한 부분이 영화 곳곳에 드러나 있습니다. 삐삐, 그리고 지금은 거의 사라져 버린 공중전화박스, 비디오 렌털샵, 핑클과 SES 등등의 요소 들은 그 시절 감성을 자극합니다.
영화 속 음악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면, 극 중 운호가 좋아하는 노래로 나오는 '토이'의 '거짓말 같은 시간'은 99년도에 발매된 토이 4집에 수록된 곡으로, 가사 속 내용이 마치 보라와 운호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은 복선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보라와 운호가 처음 함께 캠코더를 찍는 장면에서는 '박기영'의 '시작'이 흘러나오며 상큼한 첫사랑이 시작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감독은 대중적인 가요보다, 마니아층이 두터웠던 음악들을 선곡함으로써, 주인공들의 뚜렷한 개성을 나타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3.. 마치며...
아무래도 이 영화는 제목을 잘못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실 이 영화 포스터에 환하게 웃고 있는 김유정 배우의 모습과 제목에서 전혀 영화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생각보다 괜찮은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였습니다. 제목을 '나의 첫사랑' 정도로 지었으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굳이 남자 주인공을 죽음으로 설정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사랑의 풋풋한 설렘과 90년대 후반 감성을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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